일터에는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모든 것을 직접 해야만 안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늘 마음이 편치 않고, 긴장 상태에 있으며, 항상 분주하다.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기 때문이다. 한편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남에게 일을 시키긴 해도 언제나 좌불안석이다.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남을 절대 믿지 못하고, 자기만 믿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자기 자신도 믿지 못 한다. 그래서 일 진행 속도가 느리다. 꼼꼼한 건 좋은데, 틀린 게 없나 확인하느라 때론 큰 것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남보다 열심히 일하지만 성과가 그리 좋지는 않다.
모든 것을 직접 해야만 안심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강박적 성향을 보인다. 계속 반복해서 확인해야만 하고, 사소한 것들에 집착하고, 물건이 흐트러져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해 항상 정리 정돈해야 하는 이들은 마음 편할 날이 없다.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모든 것을 직접 해야만 하는 사람들. 그들은 매우 외롭다. 아무도 믿지 못하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런데 타인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언제든지 푹 빠질 수 있는 그물 위를 걷는 것과 같다. 언제 빠질지 몰라 항상 긴장하고 불안한 상태로 사는 것이다. 그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자유 또한 잃어버린다. 세상은 항상 대비하고 준비해야 할 위험천만한 그 어떤 것이고, 다른 모든 사람은 믿지 못할 엉망진창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 또한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모든 것을 직접 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항상 피곤하고 화가 나 있는 상태라면 한번 생각해 보라. 당신은 스스로를 믿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과연 당신을 믿고 있는지 말이다. 분명한 것은 당신이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는 한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뢰란 서로 주고받는 것이므로.
만일 당신이 스스로 선한 사람임을 믿는다면, 당신이 틀릴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그러나 그 틀림을 수정할 능력도 있으며 틀릴 때보다 맞을 때가 훨씬 더 많음을 확신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당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당신 마음을 꽉 채우고 있는 불안과 긴장을 조금이나마 덜어 내고 그 자리에 자유로움과 넉넉함을 들여놓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세상이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위험한 곳이 아니라 사람들끼리 서로 믿고 도우며 살아갈 수 있는, 그래도 살 만한 곳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정말 그렇다.
사람들은 때때로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아까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건 아닌지 초조해한다. '내가 할 일은 이게 아닌데, 더 나은 곳이 분명 있을 텐데' 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자신을 탓하고 불안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쓸모없는 시간은 없다. 당신의 이성을 떠나라고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주저하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면 아직 주변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건 아닌지,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다시 한 번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 답은 당신 안에 있을 테니까.
현대인들은 권태를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직장이나 결혼 생활이 권태롭게 느껴지면 뭔가가 잘못된 거라고 더럭 겁을 낸다. 하지만 권태로움은 우리 인생의 한 조건으로, 계속 반복되는 일에 권태를 느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권태의 시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다. 당신이 권태로워하고 있는 동안 마음속에서는 오히려 많은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제까지 쌓아 온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분석하고 통합하며 소화해 내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불안해하지 말고, 권태로운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시간을 즐겨라. 너무 오래가지만 않는다면 나중에 깨닫게 될 것이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당신이 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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